4.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가
관찰대상은 몸[五大]·감수·마음·법[身受心法] 등입니다.
신(身)은 몸이며 수(受)·심(心)·법(法)은 마음입니다.
몸과 마음의 무아를 체득할 때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몸·감수·마음·법을 말하는 이유는,
대체로 몸을 자아나 나의 것으로 봅니다.
감수작용을 통해 대상을 감수하는 것은 자아라고 생각하며
마음은 자아 자체라고 생각하며
법은 자아의 작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범부의 생각입니다.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자아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내가 있으면 상대도 있게 됩니다.
여기서
① 너와 나의 분리를 진실인 것처럼 생각하므로
이기심이나 불안이 생깁니다.
② 나 밖에 따로 존재하는 현상이 생기므로
대상을 소유하려는 욕심이 생깁니다.
소유할 수 없을 때는 분노를 일으키며
그 대상에 대해 공포심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자기보다 힘이 강하다고 생각할 때는
그 대상을 의지하려고 하거나 동일시합니다.
③ 나 밖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실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고정불멸의 자아나 신(神)을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생깁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대립과 싸움을 일이키며
온갖 번뇌망상과 괴로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몸·감수·마음·법은 독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분리되지 못하고 스스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항상 변하므로 실체성이 없습니다.
특히 몸을 관찰하면
감수작용과 마음과 마음의 현상까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몸을 근(根)이라고 하는 이유는
마음이 일어나는 근본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몸의 5대 요소는
마음을 형성하고 심리까지 일으키는 근원입니다.
그러므로 몸의 다섯 가지 요소(5대)를 무상·고·무아의 삼법인으로 관찰하여
몸과 마음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더불어 다른 이들의 속박도 풀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대승(大乘)입니다.
왜 삼법인을 관찰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바로 자비심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자비심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갖는 자비심에도 탐욕이 섞인 자비심도 있습니다.
그러나 탐욕적인 자비심을 가졌을 때는
사소한 것이 잘못 되어도 우리는 즉시 화를 냅니다.
그래서 무엇을 이해함으로써 자비심을 갖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① 중생들이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다는 것만 이해하고
중생을 바라보는 자비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② 그보다 더 깊은 단계는 중생들이 무상하며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인 ‘나’라는 존재가 없다는
무아를 모르고 있는 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또 ③ 그 보다 더 깊은 단계는
중생들이 본질적으로 존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
즉 중생들이 공성을 아는 것이 최상임을 모르고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깊은 단계의 자비심입니다.
다시 설명하면
중생 스스로가 무자성의 공임을 모르는 무지 때문에
자아를 생각하고 실체를 인정함으로써 공성의 진리와 어긋나므로
스스로 고통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수행자는 모든 존재가 평등 하다는 것,
즉 공성을 알기 때문에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엄경』에 이르기를
‘큰 사랑[大慈]으로 부지런히 닦아서 제법이 공한 줄을 알아
두루 일체 중생의 고통 받기를 대신함에 있어
피로해 함도 싫어해 함도 없는 까닭이다.’1)고 했습니다.
이처럼 자비심은 공(연기)에서 일어납니다.
즉 자비심의 속성은 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생에게 고통이 있으면 어김없이 발휘되는 것이 자비심입니다.
즉 자비심은 관계 속에서 일어나므로 연기(緣起)이며
개체의 실체와 자아를 세울 수 없으므로 무아이며 공입니다.
그러므로 자비심의 실현은
삶과 죽음의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공(空)인 열반에 이르게 합니다.
따라서 자비심은 배타적이고 대립적이지 않으며 단절을 유도하지 않으며
오히려 나와 남, 몸과 마음 등 자타의 관계를 소통시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내 자신이 모든 중생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겠다.’
라는 생각을 가진 자비심이 위대한 자비심입니다.
이 자비심이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열망을 일으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열망의 보리심을 일이키는 것입니다.
이 바탕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공성입니다.
┨註釋┠─────────────────────────────────────────
1)
大慈勤修知諸衆生 無自性故 大悲勤修知諸法空
普代一切衆生受苦 無疲厭故(56권 19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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