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인
無人
- 여강 최재효
세상 무덤 속 같은 삼경三更
마른 천둥에 꿈꾸다 놀라 일어난다
반월半月은 이미 서천에 들고
맑은 별들은 창가에 내려앉았다
여름 매미소리 귓전에 남았는데
이슬 젖은 풀벌레 소리 사방에 가득하다
가을꽃 담장 밑에 희미하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 아련하다
북강北江 건너에도 슬픈 눈빛 있겠지
언약은 허언虛言으로 날아가고
어디에도 그림자조차 남아있지 않아
밤새도록 단심丹心은 허공에 머문다
지난 일들 바람 따라 거의 사라지고
붉은 입술 추억 한 귀퉁이 겨우 남아
차마 지우지 못하고 있는데
하늘끝에 달려가면 한번 볼 수 있을까
- 창작일 : 2012.9.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