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야동2
夜 冬 2
- 여강 최재효
아침부터 주호酒壺에 잘 익은 술 담아 놓고
앞뒤 창문 대문 모두 활짝 열어 놓았는데
인기척 없고 바람에 눈꽃이 수시로 날아들어
감주 쉴까 독작獨酌으로 낮을 밤으로 삼았네
견공犬公은 주인 위해 한 평생 헌신하고
우공牛公은 쟁기 달고 들에서 분골쇄신하는데
영물靈物로 나온 이 몸은 명패 없으니
발걸음 가벼워 갈포야행葛袍夜行이 어울리네
낮에 끊어버린 번뇌 밤이면 살아나고
아픈 추억의 편린片鱗들 겨울이면 생생한데
잊으려 취선醉仙되어 사몽似夢 속 헤매다
정신 들어 사방 살펴보면 홀로 눈밭에 서있네
오늘 내가 추운 밤 잠들지 못하는 것은
이미 누세累世에 걸쳐 이어진 연緣이 있고
백년을 두고 떠난 임 그리워하는 업業 있으니
어찌해야 차안此岸에서 두 업연 조화로울까
- 창작일 : 2013.01.07. 00:00
[주] 갈포 - 거친 칡베로 지은 옷 / 壺 - 병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