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 박노해
올곱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등 굽은 소나무는 선산을 지키는데..
목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굽은 소나무
잘난 놈들 잘려나간 빈 자리 바라보며
인고의 세월을 안으로만 삭이느라 꺼칠해졌어도
독야청청(獨也靑靑)
오늘도 세월 낚는 강태공 머리 위로
바람 부는 봄날 송화가루 한번 넉넉하구나.
- 음악 / James Butterfield - 메기의 추억
 『가장행복한공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