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혼자보기엔 너무 아까운 선시(4)***철한재
출산게(出山偈)/ 작자미상
巍巍落落赤裸裸 (외외낙낙적나라)
우뚝하고 말끔하게 드러났으니
獨步乾坤誰伴我 (독보건곤수반아)
천하를 홀로 걸으매 누가 나와 짝하랴.
若也山中逢子期 (약야산중봉자기)
산에서 종자기 같은 자를 만났던들
豈將黃葉下山下 (기장황엽하산하)
노란 잎사귀 가지고 산을 내려왔겠나.
<백정과 범부와 같이… =白凡>
백범(白凡) 김구 선생이 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복수로
일본 육군중위를 타살하고 인천교도소에 갇혀 있다가,
탈옥하여 숨어 다니다 마곡사에서 출가하여
한동안 승려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법명은 원종(圓宗).
백범선생은 앞의 게송
“우뚝하고 말끔하게 드러났으니 천하를 홀로 걸으매 누가 나와 짝하랴”
와 야보스님의 게송을 좋아하고 또 스승 삼았던 것 같다.
특히 야보스님의 게송은 <백범일지>에 여러 번 인용되어 있다.
나뭇가지 잡음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니 〔得樹攀枝未足奇〕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懸崖撒手丈夫兒〕
윤봉길 의사의 거사 전 날 백범선생은 말했다.
“나는 윤군의 성공을 확신하오.
처음 이 계획을 말했을 때 윤군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지 않았소?
그것이 성공할 증거라고 나는 믿고 있소.
마음이 움직여서는 안 되오.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이 마음이 움직이는 게요.
내가 치하포에서 왜(倭) 육군중위 토전양량(土田讓亮)을
타살하려 할 때에 가슴이 울렁거리던 것이
「나뭇가지 잡음은 족히 기이한 일이 아니니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이 글귀를 생각하매 마음이 고요하게 되었소.”
위에서 말하는
「자기」는 종자기(鍾子期)를 말한다.
거문고의 명인인 백아(伯牙)의 거문고 소리를 친구인 종자기만이
그 소리의 진면목을 알아주었으므로
<지음知音>이라는 고사가 이에 생겼다.
노란 잎사귀란
‘방편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