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진소경 계임(陳少卿 季任)에게 보낸 답장 2-2
진소경 계임(陳少卿 季任)에게 보낸 답장 2-2
祖師云 分別不生하면 虛明自照라하며 又龐居士云日用事無別이라 唯吾自偶諧로다 頭頭非取捨요 處處勿張乖니라 朱紫를 誰爲號오 丘山이 絶點埃로다 神通並妙用이여 運水及搬柴라하며
삼조승찬(三祖僧璨) 대사가 말씀하였습니다. “분별심이 일어나지 아니하면 텅 비고 밝아서 저절로 비춘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방거사(龐居士,?-808)가 말씀하였습니다.
“일상의 일이 별다른 것이 없다. 오직 내 스스로 상대하며 어울리도다. 낱낱이 취하거나 버릴 것이 아니요, 곳곳이 틀어지거나 어긋남이 없도다. 높디높은 저 벼슬[朱紫]을 누가 이름 하였는가. 산더미 같은 재산[丘山]도 한 점 티끌인 것을. 신통과 묘용이여, 물을 떠오고 땔나무 나르는 일이네.”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 또 삼조승찬(三祖僧瓚) 대사의 말씀을 인용하였다. 일상에 견문각지하면서 공연히 번뇌를 일으켜 분별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다음에 인용한 방거사는 마조(馬祖)선사와 석두(石頭)선사의 법석에서 심요(心要)를 밝힌 분으로 당시 조사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원래 부귀공명을 한 몸이 누리며 부호로 잘 살다가 깨달음을 이룬 후로 전답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가재도구는 동정호(洞庭湖)에 내던져 버렸다. 그리고 초가삼간에 몸을 담아 돗자리를 짜고 집신을 삼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다고 전한다. 아내와 딸이 모두 도를 이루었으며 스스로 열반에 든 이야기는 대단히 유명하다. 게송의 말씀과 같이 높고 높은 벼슬자리나 산더미 같은 재산도 도를 통하여 인생을 초탈한 방거사에게는 한갓 먼지처럼 보였을 것이다. 참으로 상쾌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의 “신통과 묘용이여, 물을 떠오고 땔나무 나르는 일이네.”라는 말은 천하의 절창이며 뛰어난 안목이라고 하여 무수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구절이다. 실로 신통과 묘용이 피곤하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누가 부르면 돌아볼 줄 알고, 말을 하고, 소리를 듣고 하는 이 사실 외에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