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진국태부인(秦國太夫人)에게 보낸 답장 1-1
진국태부인(秦國太夫人)에게 보낸 답장 1-1
答 秦國太夫人
謙禪이 歸에 領所賜敎와 並親書數頌하고 初亦甚疑之러니 及詢謙子細코사 方知不自欺하야 曠劫未明之事이 豁爾現前호대 不從人得이라 始知法喜禪悅之樂은 非世間之樂에 可比리니 山野가 爲國太하야 歡喜累日에 寢食俱忘호이다
도겸(道謙) 상좌가 돌아와서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친서 몇 게송을 받아 잃었습니다. 처음에는 또한 심히 의심하였는데 도겸 선자에게 다시 자세하게 물어보고는 비로소 스스로 속이지 아니하고 오랜 세월토록 밝히지 못했던 일이 활연히 앞에 나타났으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얻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법희선열(法喜禪悅)의 즐거움은 세간의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음을 비로소 알았을 것입니다. 산승이 국태부인을 위하여 여러 날 기뻐하면서 침식을 함께 잊었습니다.
강설 : 진국태부인(秦國太夫人)은 성은 허씨(許氏)고 법진(法眞)이라는 법명을 가진 청신녀다. 태사(太師)를 지낸 장공(張公)의 부인으로서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자는 벼슬이 자사에까지 오르고 차자는 승상(承相)에까지 올랐다. 그래서 나라에서 그를 국태부인(國太夫人), 또는 국부인이라고 칭했다. 30세에 일찍이 미망인이 되었으나 참으로 여자로서 귀하디귀한 위치를 누렸던 보살이다. 40여 년 동안 재가 신도로서 주야로 간경과 예불을 열심히 하면 살다가 어느 날 승상벼슬을 하는 아들의 소개로 도겸 상좌를 만나게 되었다. 도겸 상좌를 통해서 대혜 선사의 가르침을 전해 받고는 간경과 예불을 모두 그만두고 오로지 무자(無字) 화두만을 참구하다가 깨달음을 얻고는 게송을 지어서 대혜 선사에게 보내므로 인연이 지어진 것이다.
그가 지은 게송은 다음과 같다.
“꿈속에서 난새를 타고 푸른 허공을 날았더니, 육신과 세상이 하나의 주막임을 비로소 알았네. 한바탕 꿈길에서 깨어나 돌아오니 봄비 내린 뒤에 산새의 울음소리 들리네[夢跨飛鸞上碧虛 始知身世一蘧廬 歸來錯認邯鄲道 山鳥一聲春雨餘].”
“날마다 다시 경을 읽어보니 마치 옛날 알든 사람을 만난듯하네, 자주자주 장애가 있다고 말하지 말라. 한번 들어보니 또 한 번 새롭더라[逐日看經文 如逢舊識人 莫言頻有礙 一擧一回新].”
대혜 선사는 이와 같은 두 게송을 받아보고 다시 도겸 상좌의 말을 자세히 듣고는 깨달은 것이 확실함을 알고 침식을 잊을 정도로 여러 날을 환희심에 젖어 있었다고 하였다. 다 같은 수행자라면 왜 그렇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