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刹那)의 반대말로 겁(劫) 또는 억겁(億劫)이라 하며, 시간의 단위로 가장 길고 영원하며, 무한한 시간을 말한다. 겁은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느끼는 보통의 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겁은 범어의 칼파(kalpa)를 음역한 것이다. 겁파(劫波)라고 음역하는 경우도 있다.
겁이라는 것은 우주론적 시간으로 세계가 성립하고 존속하여 파멸되고 사라지게 되는 하나하나의 시기를 말하며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긴 시간이다. 즉 몇 억만 년이나 되는 극대한 시간의 한계를 가리킨다.
그 길이를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사방과 상하로 1유순(由旬:약 15km)이나 되는 철성(鐵城)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마다 겨자씨 한알씩을 꺼낸다. 이렇게 겨자씨 전부를 다 꺼내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
또, 사방이 1유순이나 되는 큰 반석(盤石)을 100년마다 한 번씩 흰 천으로 닦는다. 그렇게 해서 그 돌이 다 마멸되어도 겁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천상의 여인이 사방 사십 리의 돌산을 백 년에 한 번씩 비단 천으로 문질러서 그 돌산이 없어져도 그 겁은 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비바사론(大毘婆娑論)』,『 대지도론(大智度論)』등에도 같은 내용의 비유가 있다. 앞의 것을 겨자겁(芥子劫), 뒤의 것을 반석겁(盤石劫)이라고 한다.
겁을 소(小), 중(中), 대(大)로 나누어 이 세계는 성겁(成劫), 주겁(住劫), 괴겁(壞劫), 공겁(空劫)의 4개의 시간을 영구히 반복한다고 한다. 성겁(成劫)이라 함은 우주가 생성해 가는 시기이다. 주겁(住劫)은 생성한 우주가 지속하는 시기이고, 괴겁(壞劫)은 우주가 소멸해가는 시기. 공겁(空劫)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가 계속되는 시기이다.
그리고 이 성(成), 주(住), 괴(壞), 공(空)의 1주기가 요하는 시간을 일대겁(一大劫)이라 한다. 석가가 발심해서 성불할 때까지 수행에 소요된 시간을 삼아승지겁(三阿僧祗劫), 백대겁(百大劫)이라고 한다. 아승기(asamkhya)는 무수(無數)라고 옮기며 헤아릴 수 없다는 의미이다.
(승가대신문 불기 2545년 12월 1일자 참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