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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 주응규

娘生寶藏 2019. 2. 2. 11:52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 주응규    
지금은 아스라이 멀어져 간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초라한 행색으로 오갈 데 없이 
떠돌 던 외톨이 찬 바람이 
비틀거리는 겨울 햇살에 
기댄 채 스러져 갈 무렵   
잡목 곁가지 한가득 묶어 맨 
나뭇짐 지게 짊어지신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로새겨진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어머니, 부엌아궁이 불 지펴 
가마솥에 안쳐놓은 
보리밥 뜸들이는 정겨운 소리와 
쇠죽 끓는 구수한 내음이 풍기는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졸던, 기력 잃은 해는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에 드러눕고   
온돌방에 흐르는 
어머니 아버지, 삶의 숨결이 듬뿍 밴 
인심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 시절 겨울은 참으로 따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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