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 주응규
지금은 아스라이 멀어져 간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초라한 행색으로 오갈 데 없이
떠돌 던 외톨이 찬 바람이
비틀거리는 겨울 햇살에
기댄 채 스러져 갈 무렵
잡목 곁가지 한가득 묶어 맨
나뭇짐 지게 짊어지신
아버지의 뒷모습이 아로새겨진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어머니, 부엌아궁이 불 지펴
가마솥에 안쳐놓은
보리밥 뜸들이는 정겨운 소리와
쇠죽 끓는 구수한 내음이 풍기는
그 시절 겨울은 따스했습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졸던, 기력 잃은 해는
굴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녁연기에 드러눕고
온돌방에 흐르는
어머니 아버지, 삶의 숨결이 듬뿍 밴
인심 넘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 시절 겨울은 참으로 따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