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자비수관과 뇌 과학
5) 수행으로 두뇌 바꾸기
수행의 출발을 인지(因地)라 하고 그 결과를 과지(果地)라고 합니다.
인지의 인은 원인이며 과지의 과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인지의 지와 과지의 지는 대지입니다.
대지에 씨앗을 뿌리면 싹이 돋고 줄기와 잎이 생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여기서의 지는 곧 마음의 대지입니다.
바로 마음의 비유입니다.
즉, 마음의 대지에 깨달음[菩提]의 씨앗을 심으면
깨달음의 싹이 돋고 깨달음이 꽃이 피고 부처라는 깨달음의 열매를 맺습니다.
즉, 자비심을 근원으로 하여 보리심을 일으키고 수행함은 원인이라면
과는 수행의 결과로써 깨달음입니다.
이와 같이 원인은 반드시 결과를 이끌어 냅니다.
즉 명상수행의 알아차림과 상상력, 그리고 관계성 통찰사유,
자비의 감정과 생각 등이 수행 동기(발보리심)를 도와
도덕성의 계(戒)와 사마타관의 정(定),
위빠사나 혜(慧)인 세 가지 배움을 일으키고
삶과 죽음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합니다.
그런데 수행도 몸이 없으면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몸 중에 뇌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입니다.
뇌를 바꾸면 뇌에서 치유물질이 생겨 몸을 치유하며
몸이 치유가 되면 마음도 치유가 됩니다.
뇌의 변화는 음식물, 환경, 생활습관의 영향을 주지만
마음을 통해 뇌를 바꿀 수 있습니다.
명상수행은 곧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미혹의 마음을 밝은 마음, 깨어있는 마음으로 전환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수행의 마음에 의해 뇌는 변화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두뇌를 바꾸는 것은 곧 명상수행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중생을 돕고 궁극적인 진리를 깨치려면
명상수행이 아니면 안 됩니다.
▶ 계·정·혜
뇌는 정보에 대하여 신경계에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고
기존의 회로를 강화 또는 약화시킵니다.
계(戒)란 우리의 행동과 말, 그리고 생각을 통제합니다.
우리의 뇌는 전두피질의 명령에 의존합니다.
계는 또한 부교감신경계와 대뇌변연계에서
긍정적인 감정에 의해 상향적으로 조절되기도 합니다.1)
뇌는 주로 조절에 의존하는데,
긍정적인 것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것을 억제합니다.
모든 수행은 바로 이 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계의 영향을 받는 뇌는 곧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의 바탕이 됨을 뜻합니다.
자비수관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자비수관의 수행단계에서
자(慈)·비(悲)·희(喜)·공(空)2)의 긍정적인 마음에 근거합니다.
그리고 수행단계가 향상될수록 바로 계를 갖춥니다.
이러한 계를 도공계(道共戒)라고 합니다.
도와 함께하는 계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대승기신론》에
‘범부의 깨달음을 이루기만 해도
살생, 도둑질, 삿된 음행, 거짓말, 이간질, 악담, 꾸미는 말 등
일곱 가지 악업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이 그 좋은 사례입니다.
사마타의 정(定)은 우리 내부와 외계를 파악할 때
어떻게 주의 집중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입니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주의집중을 통해 뇌의 회로가 형성되며
과거 학습의 결과를 안정되고 확고한 인지 상태로 발전시킵니다.
수행을 통한 주변 환경이나 경험이 바뀌면 두뇌도 바뀝니다.
몸이 아픈 사람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몸과 마음의 제 기능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특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명상을 하면
두뇌의 신경회로는 그곳에 알맞은 뉴런들과 연관을 맺습니다.
반대로 두뇌를 사용하지 않으면 뉴런들이 연결되지 않아
점점 약해지다가 결국에는 소멸합니다.
그러므로 자비수관의 자비손을 이미지화하는 것은
바로 고도의 집중력을 가져오며
자비손으로 반복적으로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듯이 몸을 관하면
뇌에 안정된 자비의 회로가 형성되고
몸에 나타나는 현상을 무상·고·무아로 관찰할 수 있는
인지능력을 키워줍니다.
위빠사나의 혜(慧)는
자비손에 의해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현상을
원인과 조건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짐을 분별하는 지혜입니다.
이 혜(慧)는 수행자의 혜이지만
수행자가 아니더라도 이 심리는 일어납니다.
이것은 두뇌의 대뇌피질의 영역과 관련이 있습니다.
학문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 중에는
이 대뇌피질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와 지능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끝없는 지적 호기심이 넘쳐나게 됩니다.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이른바 ‘정신(情神)’이라는 기능으로 우리 마음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은
대뇌피질을 구성하고 있는 140억 개의 신경세포의 작용에 의한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아인슈타인의 뇌 가운데
심상이나 추상적 추리 기능을 주로 담당한다고 알려진
상부전전두엽과 하부두정엽 부위를 검사한 결과
아인슈타인의 뇌가 비슷한 나이에 죽은 평범한 뇌보다
하부두정엽 부위의 뇌세포가 더 많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부위는 해부학적 전문용어로 ‘브로드만 39번’영역으로,
아인슈타인 박사의 뇌는 이 영역이 두드러지게 발달되어 있었습니다.
39번 영역은 추상적인 심상능력, 기억력, 주의력,
자각능력을 담당하는 부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 영역은 글자읽기, 글자쓰기, 계산,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자극을 통합하는 고등 정신 능력을 담당하는 곳입니다.3)
명상수행을 하게 되면
이 부위(39번 영역)가 명상에 맞는 신경회로로 형성될 것이며
몸과 마음에서 나타나는 모든 현상을 관하고 분석하는 혜의 작용으로
무상·고·무아의 삼법인을 체득하게 될 것이라 하겠습니다.
┨註釋┠─────────────────────────────────────────
1)
릭 핸슨·리처드 맨디우스 저, 정현갑·장주영 옮김,
『붓다브레인』, 불광출판사(2010), p.32. ☞ 본문으로...
2)
공은 여기서는 사(捨)와 같은 뜻으로 썼음. ☞ 본문으로...
3)
두뇌의 종류, 즉 인간의 두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뇌를 가진 파충류 이하의 척추동물에 존재하는 중뇌, 소뇌, 간뇌가 있으며,
연구를 아우르는 원뇌와 고등 포유류에 존재하는 대뇌변연계가 있으며,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대뇌피질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뇌는 담당하는 역할도 다릅니다.
원뇌는 본능적인 삶을, 대뇌변연계는 감정을
그리고 대뇌피질은 생각을 담당합니다.
[정은기,『아인슈타인 두뇌 훔치기』, 경향에듀(2009), p.149.]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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