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걸식을 할 때 차례대로 걸식했다는 구절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서 수보리(須菩提)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항상 부잣집만 다니면서 걸식을 했다.
또 반대로 제일 제자(弟子) 가섭존자(迦葉尊者)는 늘 가난한 집만
찾아다니면서 걸식을 했다.
전부 자비심(慈悲心)에서 그런 것이다.
왜냐? 수보리는 가난한 집에는 가지 않았다.
자기들 먹기도 빠듯한데 남 줄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부잣집에만 걸식을 했다.
그렇다면 가섭(迦葉)은 왜 가난한 집만 다녔느냐? 가난한 집은 박복(薄福)하여 복(福)을 짓지 못했기에 가난하다. 그런데 부처님 제자가 그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으면 그 집에 복 줄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에서이다. 그래서 복을 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일부러 가난한 집에만 간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살림이라도 한 집에서 한 숟가락만 떠서 주면 되니까, 십시일반(十匙一飯) 아주 적은 정도의 보시(布施)를 통해서라도 복을 지으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가난한 집만 골라 다니면서 걸식을 한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누구나 걸식을 하고 산다. 대왕도 걸식을 하고 재벌도 걸식을 한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농사를 짓는 사람조차도 우리는 모두 걸식을 하고 산다. 걸식을 할 때 항상 주는 사람이 있다. 내 것이라고 걸식이 아닌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이 세상에 올 때 모든 것을 가져오지는 않는다. 우리는 남의 것을 먹고 산다. 그래서 누구나 걸식을 하며 살고 있다는 말이다.
삶을 위한 걸식을 할 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고, 걸식을 통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한 숟가락의 밥을 주고 나눈다는 그 자체는 즐겁고 고마운 일이며 선업(善業)이 된다. 십시일반의 자비정신으로 우리는 걸식에 대한 깊은 인식과 사고를 가지고 항시 자기를 뒤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세족(洗足), 발을 씻다
부처님이 하루에 발을 몇 번 씻는가? ‘왜 금강경에서 일상 생활에 불과한 것을, 안 써도 되는 이야기를 쓰는가? 다른 경전에는 쓰지 않으시면서……’ 이렇게 생각해본다. 상(相)이라는 것이 발의 때라는 것이다. 그래서 씻었다, 발우(鉢盂)를 씻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보시기에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큰 병은 상병(相病)이라고 본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오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것, 이렇게도 연구하고 저렇게도 생각하지만 역시 여전히 상(相)은 남아 있는 것이다. 도대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상이다.
우리는 상이 있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떼어버릴 수 없고 떼어지지 않는 게 또한 상이다. 상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상이 드러나게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사게 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좋은 일 해놓고 그 놈의 상 내느라고 오히려 좋은 일 한 것을 다 까먹고 맥 빠져 돌아가는 그런 상황까지 가는 것이 우리 중생들인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상병(相病)이 인간에게 제일 몹쓸 병이라고 하신 것이다.
사실 금강경 이야기는 전편을 통해 상에 대한 이야기를 중생의 입장에서, 부처님의 입장에서, 지구 전체거나 가장 작은 먼지거나, 어떤 부분을 막론하고 모든 부분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경(經)의 입장을 대비시켜 주고 있다. 우리에게 어떻게든 상병이 치료되도록 해주고 싶어하신 것이 금강경의 가르침인 것이다.
그래서 세족(洗足)이란 말은 상(相)을 발의 때로 생각하고 씻었다는 것이다. 이 일을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하시는데도 상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금강경의 서두에다 등장시킨 것이다.
우리들은 삶이란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많은 과오를 범한다. 알면서도 하고 모르면서도 한다. 무엇을 씻어내야 할까? 어떤 것이 자기의 본 모습일까? ‘상병이란 발의 때와 같은 것이구나! 빨리 씻어내야 한다’는 그런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다.
'금강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금강경이야기10............ (0) | 2011.09.20 |
---|---|
[스크랩] 금강경이야기8......... (0) | 2011.09.16 |
[스크랩] 금강경이야기7.......... (0) | 2011.09.08 |
[스크랩] 금강경이야기6........ (0) | 2011.09.06 |
[스크랩] 금강경 이야기5........ (0) | 2011.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