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강설무비큰스님·대새선사의 행장

[스크랩] 이참정(李叅政)이 다시 묻는 편지

娘生寶藏 2012. 11. 2. 09:02

 

이참정(李叅政)이 다시 묻는 편지

 

(李 叅政 問書)

比蒙誨하사와 備悉深호이다 自有驗者三이니 事無逆 緣卽應호대 不留胸이요 宿習濃厚 不加排하야도 自爾輕 古人公 舊所茫然 時復瞥地호니 此非自昧者니다 前書 大法未明之語 盖恐得少爲足하야 當擴而充之언정 豈別求勝解耶릿가 淨除現 理則不無 敢不銘릿가

 

본문 ; []가 지난 날 선사께서 가르쳐주신 답장을 받고 깊고 깊은 뜻을 일일이 다 알았습니다. 저가 스스로 경험한 것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일에 대해서 거슬리는 점이나 순하는 점이나 간에 인연을 따라서 곧 맞추어서 가슴 속에 머물러 두지 않는 것입니다. 둘째는 숙세에 익힌 두텁고 농후(濃厚)한 습기들을 힘써서 물리치려하지 않아도 저절로 가벼워지는 것입니다. 셋째는 고인들의 공안에 대해서 예전에는 아득하고 캄캄했는데 지금 다시 살펴보니 모르는 것이 없었습니다. 앞서 보낸 편지에 큰 법을 아직 밝히지 못했다는 말은 적은 것을 얻어서 만족해할까[得少爲足] 염려되어서 당연히 확장하고 충족시킬지언정[擴而充之] 어찌 달리 더 이상의 수승한 이해를 구하겠습니까? 현행의 번뇌를 깨끗이 제거하는 일도 이치적으로는 없지 않습니다. 어찌 감히 좌우에 두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지 않겠습니까?

 

강설 ; 참선수행을 하고나서 깨달음을 성취한 사람으로서 공부의 효험을 세 가지로 정리한 답장이다. 첫째는 일상생활에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만나는 대로 그냥 수순하여 따를 뿐 그 무엇도 마음에 담아두는 것은 없다. 불교가 가르치는 존재의 실상에 대한 이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통 사람들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며칠씩 가슴에 남아 있다. 심지어 어떤 일은 가슴에 맺히어 여러 해가 지나가도 풀어지지 않고 응어리로 남아있다. 때로는 심한 병이 되어 몸을 망치고 마음까지 병이 드는 예가 허다하다. 그런데 여기 이참정이라는 거사는 마음에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였다. 이것이 불교를 배우는 큰 효험이다.

둘째는 금생뿐만 아니라 과거 생에 익히고 익힌 온갖 번뇌업장과 습기들을 애써서 제거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제거되고 무거운 것은 또한 가벼워져서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보통 사람들의 삶은 모두가 전생에 익힌 업을 따라 금생의 삶을 영위해 간다. 도저히 과거의 업을 떠날 수 없다. 마하가섭 존자도 전생에 음악을 좋아하여 금생에 와서 수행을 깊이 하였으나 길을 가다가 음악소리가 나면 정신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았다고 한다. 인천 용화사에서 살던 때의 일이다. 정진하다가 목욕하는 날에 도반과 함께 시내에 목욕을 하고 돌아오는데 함께 갔던 도반이 길을 가다가 따라오지 않아서 돌아가 보았더니 해병군악대가 연주를 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고 정신을 잃고 있었다. 뒤에 들으니 자기도 해병대에 있을 때 그와 같은 군악대에서 근무했노라고 하였다. 업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셋째는 고인들의 공안에 대해서 예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깨닫고 나니 모든 것이 다 풀렸다는 것이다. “개가 불성이 없다.”라는 화두라든지, “뜰 앞의 잣나무라든지, “판치생모(板齒生毛)”라든지, “염화시중(拈花示衆)”이라든지,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라든지, 곽시쌍부(槨示雙趺)라고 하는 등등의 17백 공안들이 모두 풀려서 모르는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제대로 깨달음을 얻었다면 이참정과 같은 정도의 공부효험은 반드시 있어야 하리라. 참으로 참선수행자, 특히 간화선수행을 인생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꼭 기억하고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내용들이다. 평생 동안 참선했다고 자랑하면서 명예와 이익에 혈안이 되어서 다른 사람의 웃음꺼리가 되는 줄도 모르고 설친다면 평생 동안 공을 들인 참선공부는 모두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부디 깊이 자성하여 지금이라도 쇄신해야할 일이다.

편지에 현행의 번뇌를 깨끗이 제거하는 일도 이치적으로는 없지 않습니다. 어찌 감히 좌우에 두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지 않겠습니까?”라고 한 말은 앞장에서 언급한바가 있는 것인데 떠날 때 얼굴을 마주하여 일러 준 말이다. 이즉돈오 승오병소 사비돈제 인차제진(理則頓悟 乘悟幷消 事非頓除 因次第盡)이다. 깨달았다고 해서 이면으로나 사면으로 번뇌와 습기가 모두 한꺼번에 제거되어지는 않으므로 천천히 시간이 경과하면서 없어진다는 사실을 깊이깊이 명심하라는 내용이다. 설사 공부를 통해서 어느 정도 눈이 밝아졌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익힌 업력을 이기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므로 모든 참선납자들은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이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無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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