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행복한공부
[귀가 서럽다 /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 이대흠 시인 / '귀가 서럽다' 중에서 -
독특한 작품세계와 걸쭉한 입담으로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활발한 창작활동을 해오고 있는
이대흠의 네번째 시집 <귀가 서럽다>.
북에 백석이 있다면 남에는 이대흠이 있다는
찬사(고은, 추천사)를 받을 만큼, 이 시집은
정서의 안주처를 상실한 채 부유하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희망을 선사한다.

- 그림 / 권숙진 화가
- 음악 / Hideo Utsugi의 Humming Voice - The Sound Of AngelsⅡ
|